서론
간이식은 생명을 살리는 최후의 수단이다. 특히 생체 간이식은 살아있는 가족이나 지인이 자신의 간 일부를 떼어주는 고난도 수술로, 말기 간경화, 간암, 급성 간부전 환자들에게 유일한 희망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식 수술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고려되는 변수 중 하나가 바로 공여자의 간 크기이다. 그렇다면 공여자의 간이 작으면 간이식은 불가능한 것일까? 반드시 간이 커야만 이식이 가능한 걸까? 아니면 다른 기준과 조건들이 존재할까? 이 글에서는 생체 간이식에서 간의 크기가 미치는 영향, 의학적 기준, 예외적인 경우, 수술 후 합병증 위험까지 구체적으로 분석해본다. 간이 작다고 무조건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중요한 것은 전체 간에서 제공 가능한 분절과 수혜자의 체중 및 간 기능 요구량 간의 균형이다.
1. 생체 간이식이란 무엇인가?
생체 간이식은 **살아있는 사람(공여자)**이 자신의 간 일부를 잘라내어, 말기 간 질환을 앓고 있는 수혜자에게 이식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간은 놀라운 재생 능력을 가진 장기로, 이식 후 남은 간도 공여자의 체내에서 재생되고, 이식된 간도 수혜자의 체내에서 성장한다.
보통 생체 간이식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시행된다:
- 말기 간경화 (원인: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성 간질환 등)
- 간세포암종 (특정 기준 내의 종양 크기와 개수)
- 급성 간부전
- 대기 중인 뇌사자 간이 없어 장기 대기 중인 환자
생체 간이식의 성공 여부는 공여자의 간 상태, 분절 위치, 혈관 구조, 체형비율, 그리고 이식받는 수혜자의 간 필요량에 따라 결정된다.
2. 공여자의 간이 작으면 이식이 불가능한가?
많은 사람들이 간단하게 생각한다. “공여자의 간이 작으면 이식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실제로 생체 간이식에서는 공여자의 간 전체 크기보다 이식 가능한 분절의 용적과 수혜자와의 체중 비율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의학적으로는 GRWR(Graft-to-Recipient Weight Ratio) 라는 개념을 통해 간 이식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 GRWR란?
GRWR은 공여자가 제공할 간의 무게(gram)를 수혜자의 체중(kg)으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수혜자의 생존율과 간 기능 회복률이 높다.
- GRWR ≥ 0.8%: 일반적으로 안전한 간이식 가능
- GRWR 0.6~0.8%: 일부 센터에서는 조건부 시행
- GRWR < 0.6%: 고위험, 합병증 가능성 매우 높음
예를 들어 수혜자의 체중이 60kg인 경우, 최소 약 480g 이상의 간 조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공여자의 간이 작더라도 필요한 최소 무게를 충족한다면 이식은 가능하다.
3. 간의 크기보다 중요한 건 ‘이식 간의 기능’이다
공여자의 간이 다소 작더라도, 해당 간의 기능이 충분히 우수하다면 실제 이식 후 문제 없이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의학적으로는 ‘기능적 간량(functional liver volume)’이 중요하며, 간의 모양보다 간세포의 건강도와 효소 작용, 섬유화 진행 정도가 영향을 미친다.
또한 간은 좌엽과 우엽으로 나뉘며, 일반적으로 수혜자의 상태에 따라 좌엽 또는 우엽을 이식하게 된다.
- 소아 환자의 경우 좌외측 분절(작은 간 조각)만으로도 충분
- 성인 환자의 경우 우엽 전체 또는 우측 60~70% 이상 필요
즉, 간이 작은 공여자라 하더라도 수혜자의 체격이 작거나 소아일 경우에는 적합할 수 있다.
4. 간이 작을 때의 위험 요소 – 소간 증후군(Small-for-Size Syndrome)
공여자의 간이 작아도 간이식이 가능하다고 해서 무조건 괜찮은 건 아니다.
의학적으로는 ‘소간 증후군(Small-for-Size Syndrome, SFSS)’이라는 합병증이 존재한다.
소간 증후군의 주요 증상:
- 간 기능 저하 (빌리루빈 상승, INR 증가)
- 담즙 정체, 황달
- 복수, 뇌부종
- 다장기 부전
이는 수혜자의 몸에서 간의 처리 능력이 부족하여 전신 대사와 해독이 불균형을 이루는 현상이다.
공여자의 간이 너무 작으면 이러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이식 전 정밀한 3D CT 스캔, 혈관 구조, 간량 측정 등을 통해 충분히 예측하고 준비한다.
5. 공여자의 안전도 최우선 – 간이 작으면 수술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생체 간이식은 공여자와 수혜자 모두의 생명을 다루는 복합 수술이다.
간이 작은 공여자의 경우, 자신에게 남는 간이 너무 적으면 오히려 본인이 간부전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
의학적 기준에서는 공여자에게 남는 간이 전체 간의 30~35% 이상이어야 안전하다고 본다.
그 이하일 경우, 간 재생 능력을 믿더라도 초기 회복에서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간이 작은 공여자일수록 수혜자에게도 부담이 가고, 공여자 자신에게도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의료진은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결론 – 간이 작아도 ‘조건’만 맞으면 이식 가능
공여자의 간이 작다고 해서 무조건 간이식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의학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기준이 충족되면 간이 작더라도 이식이 가능하다.
조건 설명
GRWR ≥ 0.8% | 수혜자의 체중 대비 간의 무게가 충분해야 함 |
공여자 남은 간 ≥ 30% | 공여자 본인의 안전 확보 |
간 기능 정상 | 지방간, 간염, 섬유화 없어야 함 |
혈관 구조 적합 | 수술 가능한 해부학적 조건 충족 |
수혜자 체격 고려 | 소아, 체격이 작은 경우 더 작은 간도 가능 |
결국, 이식 간의 ‘크기’ 자체보다, 이식 간이 수혜자에게 충분한 기능을 하느냐가 핵심이다.
현대 의학은 3D 간 용적 분석, 초정밀 영상 기술, 수술 전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이러한 변수들을 사전에 계산하여 최선의 선택을 유도한다.
✅ 마무리
간이 작다는 이유만으로 간이식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정밀 검사를 통해 이식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수혜자의 상태에 맞춰 맞춤형 수술이 가능하다면
간이 작아도 성공적인 생체 간이식은 충분히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크기가 아니라 기능, 그리고 사전 준비와 전문의의 정확한 판단이다.
간이식은 단순한 이식이 아니라, 생명과 회복을 위한 가장 정교한 협업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