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이란 무엇인가?
결핵은 미코박테리움 튜버큘로시스(Mycobacterium tuberculosis)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만성 감염 질환이다. 주로 폐를 침범하지만 신장, 뇌, 뼈 등 다양한 장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질병 중 하나로, 과거에는 '도시병', '가난의 병'으로 불리며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남겼다. 현대에 들어와 항결핵제와 백신이 개발되면서 발병률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백만 명이 감염되고 수십만 명이 사망하는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남아 있다.
결핵은 주로 호흡기를 통해 전파된다. 특히 장기간 기침을 하는 결핵 환자가 배출하는 미세한 비말(비말핵)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주변 사람들이 이를 흡입함으로써 감염된다. 그러나 모든 노출이 감염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면역력, 노출된 균의 양, 노출 시간 등이 감염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핵은 감염 후 바로 병이 발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체내에 잠복 상태로 존재하다가 면역력이 약화될 때 활성화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결핵은 '조용한 살인자'로도 불린다. 전염성과 치명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만큼, 예방과 조기 진단, 적절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핵이 생기는 원인
결핵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미코박테리움 튜버큘로시스균의 감염이다. 이 세균은 산소를 좋아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주로 폐와 같은 산소 공급이 풍부한 기관을 공격한다. 하지만 단순히 균에 노출된 것만으로 모두가 결핵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감염이 결핵 발병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개인의 면역 상태다. 건강한 사람은 균이 몸속에 들어오더라도 면역체계가 이를 억제하여 발병을 막을 수 있다. 반면에 영양 결핍, 당뇨병, HIV 감염, 암 치료 등으로 면역력이 약화된 경우 결핵균이 활성화되어 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
생활 환경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다수의 인원이 장시간 머무를 경우 감염 위험은 크게 증가한다. 빈곤, 과밀 주거, 의료 접근성 부족은 결핵 확산의 대표적인 촉진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흡연, 과도한 음주, 실리카 분진 노출(광부 등 직업군)은 폐 기능을 손상시켜 결핵 감염 위험을 높인다.
유전적 요인도 일부 연구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정 유전자 변이가 결핵균에 대한 감수성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으며, 가족 내 발병이 많은 경우에는 유전적 소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유전은 환경 요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영향을 미친다.
결핵의 치료약
결핵 치료는 여러 종류의 항결핵제를 병용하여 장기간 복용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단일 약물로 치료할 경우 내성균이 발생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최소 4종 이상의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다제 병용요법(MDT, Multi-Drug Therapy)이 표준 치료법으로 권장된다.
대표적인 1차 항결핵제에는 이소니아지드(INH), 리팜핀(RIF), 에탐부톨(EMB), 피라진아미드(PZA)가 있다. 이 약들은 서로 다른 기전으로 결핵균을 공격하여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다. 초기 2개월 동안은 4가지 약을 병용 투여하며, 이후 4개월 이상은 주요 약제인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을 계속 복용하는 유지 치료를 실시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기간은 6개월에서 9개월 이상까지 조정될 수 있다. 특히 뇌수막염 결핵, 척추 결핵 등 중증 결핵의 경우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 약 복용 도중 중단하거나 불규칙하게 복용할 경우 치료 실패 및 내성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모든 환자는 정해진 약을 정확히 복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다제내성결핵(MDR-TB) 및 광범위내성결핵(XDR-TB)이 증가하면서 2차 약제인 아미카신, 카나마이신, 레보플록사신, 리네졸리드 등도 사용된다. 이들 약제는 부작용이 심할 수 있어 전문가의 철저한 관리 하에 투약해야 한다.
추가로 2010년대 이후에는 새로운 항결핵제인 베다퀼린(Bedaquiline), 델라마니드(Delamanid) 등이 개발되어 내성 결핵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가격이 높고 접근성이 제한적인 문제가 있다.
결핵 내성이 생기는 원인
결핵 내성은 주로 약물 치료 실패에 의해 발생한다. 환자가 처방받은 항결핵제를 정확히 복용하지 않거나, 치료 기간을 임의로 단축하거나, 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할 경우 결핵균은 살아남아 내성 변이를 일으킨다. 약제에 노출된 결핵균 중 일부는 돌연변이를 통해 특정 약물에 저항성을 가지게 되고, 이 균주가 증식하면서 내성 결핵이 발생한다.
약제 선택이 잘못되거나 투약 용량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도 내성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약국 등에서 비공식적으로 항생제를 구입하여 복용하거나, 전통요법만을 고집하는 경우 치료 실패 및 내성 결핍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보건 시스템의 문제 또한 내성 결핵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는 정기적인 치료 관찰이 어렵고, 약물 공급이 불규칙하거나 품질이 낮은 약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환자가 지속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고, 결국 내성균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회적 요인도 중요한데, 특히 수감자, 노숙자, 이민자 등 소외 계층은 결핵 치료를 완주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이로 인해 미완성 치료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내성 결핵 환자가 늘어나게 된다.
유전자 수준에서도 내성은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발생한다. 리팜핀에 대한 내성은 rpoB 유전자 변이에 의해, 이소니아지드 내성은 katG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주로 일어난다. 이러한 변이는 자연적인 선택 압력 하에서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결핵 내성은 단순한 개인 문제를 넘어, 공중보건 전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다제내성결핵과 광범위내성결핵은 치료가 어렵고 비용이 매우 많이 들며, 사망률도 일반 결핵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초기부터 철저한 치료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